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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Y K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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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날아든 사랑스러운 펀치

일러스트레이터 릴리 콩은 홍콩과 런던을 기반으로 그림을 그린다. 밝고 다채로운 색과 둥근 곡선으로 그려낸 그림은 간략한 텍스트와 만나 새로운 의미와 무드를 지닌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완성된다. 웃는 얼굴로 괜찮지 않다고 말하거나, 덤덤한 얼굴로 괜찮다고 말하는 그림. 전면적으로 기쁨과 슬픔을 그리는 게 아닌, 그림과 간결한 텍스트를 조합해 ‘모순’과 ‘역설’을 보여줌으로써 그는 우리에게 즐겁게, 강력한 펀치를 날린다.

ARTIST LILY KONG EDITOR DANBEE BAE IMAGE BY LILY KONG
THIS PROJECT <PRINTS> WORKED WITH RAWPRESS
TABLE #1
크레파스 상자와 따끈한 파인애플 번
작가가 거주하는 런던과 이곳 한국은 5,652마일의 거리, 9시간의 시차를 사이에 두고 있다.그의 테이블에 마주앉은 우리를 상상한다.활짝 미소 지은 그가 우리에게 파인애플 번과 차를 내준다.밝은 동시에 어딘가 묵직한 에너지가 느껴져 이끌리듯 보게 되는 그의 그림처럼,그가 들려주는 자신의 일상에 시선을 두기 시작했다.
현재 런던의 어느 동네에서 살며, 주로 어디서 그림을 그리는지 들려줄 수 있나요?
런던의 브릭스턴BRIXTON에 살고 있어요. 저는 태어나긴 런던 뉴캐슬NEWCASTLE에서 태어났지만, 홍콩 출신으로 학창시절을 홍콩에서 보냈어요. 그리고 성인이 되면서 런던에서 활동 중이죠. 이곳은 다양한 배경과 문화권의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멋진 동네예요. 나이트라이프NIGHT-LIFE가 상당히 화려한 편이에요. 거리의 모퉁이마다 작은 술집들이 많이 자리하고 있어요. 보통 카페에서 그림을 그리고 일을 하는데, 브릭스턴의 ‘스터STIR’와 킹스 크로스KING’S CROSS 근처의 ‘리뎀션 로스터스REDEMPTION ROASTERS’의 커피가 맛있어서 자주 이곳에서 그림 작업을 해요.
한국에서는 처음 만나는 사람과 이야기 나눌 때 함께 식사하자 말하기도 해요. 만약 우리가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면, 작가의 테이블에 마주 앉아 즐겨 먹는 음식을 준비해 함께 나눠 먹으며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어요. 우리가 함께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상상해본다면, 어떤 음식이 우리 앞에 놓인다면 좋을까요?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이나 요리가 있나요?
저를 초대해 주셔서 감사해요.(웃음) 혹시 ‘파인애플 번’이라는 전통 간식을 아시나요? 파인애플하고는 전혀 상관 없는 음식인데, 매우 부드럽고 폭신한 번 위에 달콤하고 바삭한 크러스트를 십자 모양으로 토핑한 것이에요. 조금 엉뚱한 이름이긴 하죠. 티와 함께 즐기면 정말 맛있어요. 완벽하게 어울리는 조합이라 특히 좋아하고 또 즐겨 먹는 간식이에요. 우리가 정말 만나서 제 작업실 테이블 앞에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면, 이 파인애플 번을 앞에 두고 싶단 생각이 들어요.
‘테이블’은 아티스트의 영감의 발현의 사물인 동시에 여러 생활의 흔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장소가 되기도 해요. 작가의 테이블에 놓인 사물이나 테이블을 둘러싼 풍경이 궁금한데요.
엄밀히 말하자면 총 두 곳의 작업 공간이 있어요. 하나는 런던에, 다른 하나는 홍콩에. 둘 다 비슷한 모습이에요. 공통적으로 두 테이블에는 크레파스와 책들이 자유롭게 널려 있죠. 좀 더 구체적으로는, 먼저 런던의 작업 공간에서는 ‘테이블’의 성격보다는 조금 더 ‘책상’에 가까운 개념이자 모습이에요. 공부도 하고, 그림 연구도 하면서 도안 작업을 해요. 작품 창고ART PANTRY가 있는데,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지만 있으면 상당히 기분이 좋아지는 공간이죠. 저와 함께 생활하는 동거인 역시 예술가라서, 예상하시겠지만, 컬러 용지, 크레파스 상자들, 스크루드라이버, 페인트 통, 붓, 새 캔버스 등 우리에게 소중한 보물과 같은 미술 용품과 도구들이 가득 차 있어요.
삶의 불행이나 좋지 않은 일을 농담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이 좋아요.불행한 일이나 스트레스를 단순히 ‘현상APPEARANCE’이라기 보다 ‘콘텐츠CONTENT’로서 바라보고 신경 써서 작업하고 있죠.
작가의 그림은 일상적 장면에 담긴 감정을 한 순간으로 포착해 유머를 담아낸 후, 우리에게 짧은 이야기나 단상을 건네듯 완성됩니다. 처음에는 전통적인 미술 교육의 영향을 받아 캔버스에 아크릴을 사용한 풍경화를 그렸다고 알고 있어요. 일러스트레이션으로의 작업 방향 전환의 계기나 이유가 있나요?
풍경화 회화 작업을 좋아하고, 또 전통 회화 교육이 이미지 창작의 토대가 된다는 것을 잘 알아요. 하지만 문득 그보다 더욱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림을 그리고 창작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일러스트레이션은 훌륭한 스토리텔링의 장치가 돼죠. 이후 실무의 일환으로 일러스트레이션에 대한 탐구를 시작하게 됐고요. 홍콩과 런던은 그 문화와 예술이 다양하고 또 각기 달라요. 홍콩에서 학교를 다니던 때에는 풍경화를 그리듯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데에만 집중을 했다면, 성인이 되고서는 이처럼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일러스트레이션으로 그 작업의 방향이 바뀌었고, 저만의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서 ‘유머’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삶의 불행이나 좋지 않은 일을 농담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이 좋아요. 나라나 지역의 영향이라기 보다 제 스스로 성인이 되며 겪는 다양한 일들과 경험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어요. 스트레스에 잠식되거나 단순히 그 자리에서 분노하기 보다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한 저만의 회화 방식을요. 그리고 유머를 장착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거죠. 불행한 일이나 스트레스를 단순히 ‘현상APPEARANCE’이라기 보다 ‘콘텐츠CONTENT’로서 바라보고 신경 써서 작업하고 있죠.

홍콩에 있는 작업 공간과 테이블의 풍경은 어떤가요?
다른 작업 공간이 있는 홍콩 집은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이에요. 집에는 정원이 있고, 정원의 작은 화분들로 둘러싸인 한 켠을 작업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창 밖으로 2년에 한 번 망고가 열리는 큰 망고 나무와 파파야 나무가 보여요. 예전에는 커피 나무가 있어서 손님이 오면 부모님이 직접 로스팅한 커피 원두로 내린 커피를 대접한 기억이 있어요. 지금 이 커피 나무대신 파파야 나무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요. 이 공간에서 작업을 하면서 파파야 나무에서 열리는 파파야를 먹곤 해요.
지금 테이블에 놓인 것 중 우리에게 꼭 소개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좋아하는 책 두 권이 놓여 있어요. 한 권은 엘리자베스 길버트ELIZABETH GILBERT의 <BIG MAGIC>인데, 개인적으로 제게 일종의 ‘창의력 성서’와도 같아요. 저자가 자신이 어떻게 아이디어를 포착하는지, 어떻게 창의적인 삶을 살아가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책이거든요. 다른 한 권은, 지금 읽고 있는 멜리사 플레밍 MELISSA FLEMING의 <A HOPE MORE POWERFUL THAN THE SEA>예요. 일종의 지침서와 같은 역할을 해주는 책이에요. 정말 좋아하는 책이라서 여러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있어요. 시리아 난민 ‘도아DOAA’와 그녀의 가족이 겪는 감동적이면서도 가슴 아픈 여정에 대한 이야기인데, 한국에서 지금 이걸 보고 있는 분들도 언젠가 꼭 한 번 읽어본다면 좋겠어요.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궁금해요. 일상의 리듬을 잃지 않기 위해 마련한 자신만의 장치라거나 습관이 있나요?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에게 규칙적인 일상은 매우 중요해요. 저는 항상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앞서 해야 할 일들을 목록으로 정리한 후, 각각 아침과 오후에 할 일을 구분해요. 하나씩 마무리할 때마다 목록에서 지워 나가고요. 그러면서 최종적으로 마감을 하는 거죠. 목록을 지워나가는 것만으로도 훨씬 더 생산적으로 일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하루 일과를 마치면서 하는 일은, 무엇이 효과가 있었고 없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하고 일기로 기록해봐요. 일종의 다이어리와 같은 개념이죠. 이 점이 제 일상을 일구어 나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하루 일과를 적어보면서 무엇을 했고 잘 못했는지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거든요. 그러면 더욱 정확하고 세밀하게 다음 계획을 세울 수 있답니다.
다채로운 색감을 사용하고 곡선을 활용해 유독 활기차고 사랑스러운 감상을 받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늘 기쁘거나 즐거운 상황을 그리는 것은 아니죠. 유머를 장착한 일러스트레이션에는 어떤 힘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예전에 릭키 제바이스 RICKY GERVAIS 의 스탠드업 코미디 <HUMANITY>를 본 적 있어요. 정말 웃겼어요. 그의 대사 중에 “불행에 대해 농담을 한다는 게 꼭 나쁜 것만 것 아니다. 모든 것은 그 맥락에 달려 있다. 가끔은 농담을 통해 불행을 겪고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수도 있다.”라는 말이 있어요. 이것이 바로 제가 주로 불행한 사건을 다루면서도 밝고 다채로운 톤을 사용하는 이유예요. 불행에 대해 긍정적 태도의 농담을 하고 싶어요. 아무렇지 않게 여기고 놀리듯 말이죠.
작가에게는 일상의 일들과 일상에서 느낀 감정이 그림이 되기에 ‘일상’은 나 자신과 그림에 영감의 원천이나 재료가 될 텐데요. 최근에 있었던 재미 있는 일이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요즘 밈MEMES,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특정한 문화 요소와 콘텐츠를 이르는 말과 반려동물의 사진을 친구들과 공유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모두가 주로 밖이 아닌 집에서 생활하고 있으니까요. 집 안이나 실내의 일상에서 즐거운 요소를 찾는 듯해요. 얼마 전에는 한 친구가 이렇게 귀여운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