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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TABLE WITH

OSANG G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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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거나 무겁게, 조각

조각가 권오상은 사진이라는 매체를 택해 ‘사진 조각’을 만들었다. 1998년 그가 일찍 개척한 사진 조각은 오브제의 평면적 이미지를 입체적으로 조각조각 덧대 붙인 패치의 포름FORME이자 사진 이미지 조각들의 콜라주COLLAGE이다. 그가 처음 만들고자 한 것은 ‘가벼운 조각’이었다. 조각의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무거운 재료를 벗어나는 일. 사진 조각을 비롯한 그의 조각 작품은 때로 축소와 확장을, 가벼움과 무거움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언제든 필요하면 조각의 한계선을 침범했다. 조각이 놓인 공간 속에서 새로운 시공간을 확장하며 결국 그가 하는 것은 그만이 할 수 있는 ‘조각’을 만드는 일이다.

ARTIST OSANG GWON EDITOR DANBEE BAE PHOTOGRAPHER YESEUL JUN
THIS PROJECT <PRINTS> WORKED WITH RAWPRESS
TABLE #1
사진과 조각이 모이는 곳으로
작업실 철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의 바이크가 먼저 보인다. 타기보단 주로 모셔두고 감상하는 용이다. 그 다음으로 거대한 창들과 창으로부터 가득 드는 볕. 그 볕이 작업실 곳곳을 비춘다. 중앙에 길게 이어 붙인 몇 개의 작업 테이블 위에는 조각 조각으로 인화된 사진들, 오려 붙여 작게 축소된 모형들, 완성된 미니카 조각들, 작업 중인 흉상이나 와상의 조각 등이 놓여 있다. 그리고 한 구석의 작은 테이블, 커피 머신과 컵이 가득 쌓여 있다. 꽤 널찍한 작업실은 어딘가 무질서해 보여도 그 안에서 그가 움직이는 일련의 패턴이 선명히 보였다. 그가 커피를 내리고, 자신이 만든 또 다른 테이블 가구 작품 위로 커피가 담긴 잔을 올려두고 자리에 앉았다.
‘테이블’은 예술가의 영감의 발현의 장소인 동시에 여러 생활의 흔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사물이 되기도 해요. 작업을 제외하고, 테이블에서 하는 것 중 가장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생각해보면 작업과 연결이 되기도 한데, 요새는 미니어처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감상하는 시간이요. 축소된 모형을 감상하는 게 어떻게 보면 제일 재미있는 것 같아요. 그 밖에 대부분은 컴퓨터를 보거나 휴대폰을 보는 정도예요.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음식으로 초콜릿, 케이크, 커피를 이야기해주었어요. 이 음식들과 관련해 사소하지만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브레빌BREVILLE’이라는 커피 머신이 있어요. 머신을 여러 개 사긴 했는데, 주로 실용성보다 디자인이나 외관상 멋있는 걸 사용해왔어요. 그러다 보니 가정에서 쓸 수 있는 가성비와 디자인 모두 만족할 만한 좋은 머신을 찾다가 반자동 머신으로 브레빌을 직구했어요. 커피 머신 등의 도구를 직접 사용하다 보면 도구들이 가진 모양 자체를 감상하게 되더라고요. 특별한 에피소드는 아니네요.
정해진 루틴 속에서 작업에 임하는지, 일상 속 작업실에서의 루틴이나 움직임이 궁금합니다. 보통 작업실에는 언제 출근해 퇴근하나요?
전 세 아이의 아빠이기도 해요. 첫째 아들 산이가 아직 어려서 비교적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요. 이번 주의 경우 첫째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집에서 간단하게 식사한 뒤 작업실에 오면 오전 10시에서 10시 반쯤 돼요. 그때부터 3시 반까지 작업실에 체류하는 시간이죠. 스태프들은 저보다 먼저 나와서 작업을 하고 있고요. 평균적으로 오전 10시에 집에서 나와 오후 6시쯤 귀가하지 않나 싶어요.
테이블에서 하는 것 중 하나는 ‘음식을 먹는 일’이기도 한데요. 음식을 나누어 먹는 일이 곧 대화를 나누는 일이기도 하잖아요. 지금도 테이블 위 음식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죠. 작가에게 음식을 먹는 일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요?
일단, 작품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든 음식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든 그 이후에 친밀도가 높아지는 건 비슷하다는 생각이에요. 둘 다 어떤 매개체로 좋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고요. 과거에는 왜소할 정도로 꽤 마른 편이었고,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바쁘고 또 혼자 산다는 핑계로 잘 안 챙겨 먹었어요. 그러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갖고 나서 점점 더 먹는 일이 중요해진 거죠. 가족이 생기면서 먹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행위와 의미가 되더라고요. 집에는 아내와 아이들뿐 아니라 아이들을 보살펴주는 장모님과 저희 부모님 그리고 가사도우미분까지 기본이 7명이에요. 대식구나 다름없으니 정말 먹는 일은 쉽지 않은 중요한 일이 됐죠.
평소에 즐겨 먹거나 좋아하는 요리도 있나요?
아무래도 집에 있다 보면 한식을 먹게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피자나 파스타 좋아해요. 간단하게 먹을 수 있고,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들에 따라서 맛이 많이 달라지기도 하니까요.
조소를 전공한 후, ‘사진 조각’으로 불리며 국내외에서 사진과 조각을, 회화와 조각을 아우르는 작업을 전개하고 있어요. 주로 그 규모나 크기도 상당해 존재감을 띠지만, 단순히 일이차원적 방식이나 형태의 작업이 아니기에, 하나의 조각 작품을 보고 있자면 단편적으로 오로지 과정 자체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시리즈마다 혹은 한 시리즈 안에서도 차용하는 창작 방식이 조금씩 다를 테지만, 한 편의 조각 작업이 완성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들려줄 수 있나요?
사진 조각의 경우, 작품의 형태는 주로 고전적인 조각의 역사에서 천착해 발현되는 편이에요. 형태가 어느 정도 잡히고 나면, 직접 사진을 촬영할지 이미지 자료 검색을 통해 진행할지 결정해요. 검색을 통해 작업하는 게 효과적일 경우에 후자의 방식으로 진행되죠. 아니면 두 가지의 방식을 혼용하는 경우도 꽤 있어요. 기본적으로 작업실 내부에서 일차적으로 가공을 한 뒤에 직접 촬영한 사진이나 검색해 찾은 이미지 모두 전문 인화 회사에 보내요. 이곳에서 사진이 인화되면 다시 작업실에 들어오고 작품의 형태를 깎기 시작하죠. 작품의 형태는 주로 아이소핑크를 사용해 덩어리를 만들고 깎고 다듬어 형태를 만들어요. 조금은 지난한 이 과정을 마치면 코팅을 하고 비로소 완성되죠. 작업 초반인 구상 단계에서 정확하게 어떤 형태를 만들겠다고 결정하는 단계가 가장 심리적으로 힘들어요. 이 결정으로 완성된 모습의 작품이 탄생하니까요.
완성까지 시간은 어느 정도 소요되나요?
<DEODORANTO TYPE> 등의 사진 조각은 두 달 정도, 나무로 작업하는 <NEW STRUCTURE>는 최소 2주 정도요. 반면, 영구적으로 세우는 조각 작품은 몇 달씩 걸리죠.
비교적 작은 크기의 <SMALL SCULPTURE> 조각 시리즈부터 <RELIEF>, <NEW STRUCTURE>, <DEODORANT TYPE> 시리즈와 같은 거대한 규모의 ‘사진 조각’ 작업이 이루어지는 이곳, 안양 평촌 작업실로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많은 시간을 보낼 안양 평촌 작업실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2016년도에 서교동에서 안양 평촌으로 옮겨왔어요. 친한 동료 작가가 먼저 여기서 2년 정도 작업실을 운영했어요. 당시에 수지에 살았는데 고속도로를 타고 바로 올 수 있는, 괜찮은 새 작업실을 찾던 중에 마침 동료 작가가 작업실을 비우려던 차라 들어왔죠. 지금 사는 지역은 광교인데 25분 정도 거리예요. 이 작업실이 마음에 든 건, 일단 서교동 작업실의 3배 정도 되는 크기예요. 지금보다 서교동 작업실에서는 함께 일하던 스태프가 3배 정도 많았는데, 그래서인지 만원 버스에서 일하는 느낌이었죠. 여기는 그보다 넓고 쾌적해 훨씬 여유 있어요. 스태프의 인원은 그때보다 줄었지만, 공간 자체가 워낙 넓다 보니 큰 규모의 작업이 가능해요.
세 명의 자녀를 둔 가장이기도 해요. 일과 가정의 삶을 최대한 분리하는 편이세요?
분리하려고 노력해요. 일하다 보면 집까지 일을 가지고 와서 한다거나 아니면 집에 가야 할 시간을 넘어서 작업실에 앉아 있다거나 그런 일은 잘 없어요. 사실 ‘정말 대단한 일’이라는 것에 대해 곰곰 생각해보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우선순위는 있어도 안 중요한 게 없어요. 예를 들면, 산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오는 것만큼 중요한 게 또 어디 있겠어요. 약속이나 미팅도 가능한 오전 11시에서 오후 3시 사이에 잡으려고 하죠.
작가의 집에 있는 테이블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지는데요.
집에는 제 책상이 일단 없고요. 아이들이 어려서 거실에 두는 탁자도 없어요. 집에 있는 유일한 테이블이 식탁인 것 같아요. 대개 식탁 위는 깨끗한 편이에요. 뭔가 도구나 사물이 놓여 있지 않은 편이에요. 첫째 아들 밥 먹이고, 가족이 앉아 밥 먹고요.
반면, 사진 조각 작업의 측면에서 바라볼 때, 테이블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들이는 작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굉장히 다양하고 스케일이 다른 여러 도구가 작업에 필요할 테지만, 테이블 위 도구 중 결정적으로 쓰이는 도구도 궁금하고요.
작품의 크기는 천차만별이에요. 테이블 위에 올라갈 수 있는 크기의 단계나 작품까지 테이블 위에서 작업이 돼요. 주로 작품 구상, 사진 분배, 사진 부착의 과정들이 테이블 위에서 이루어지는데, 제일 중요한 단계 중 하나가 모형을 만드는 일이에요. 사이즈를 축소해 만든 모형들은 대부분 훨씬 큰 크기로 확대해 완성되는 작품의 초석이기도 해서 가장 중요한 작업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자와 계산기가 가장 중요하게 쓰이고요.
<RECLINING MAN DRINKING>, 2016Ⓒ
OSANGGWON
사진 조각을 제외한 다른 작업은 어떤가요?
<RELIEF>나 <NEW STRUCTURE>의 경우는 초기에 알루미늄판을 사용했고 지금은 주로 자작나무 합판을 이용해요. <NEW STRUCTURE>에서는 형태를 먼저 정한 뒤에 사물을 정해요. 그 형태는 주로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의 스테빌 조각에서 많이 나오고 여기에 어울릴 만한 사물은 직접 정해요. 그 사물은 제가 촬영한 것일 수도 있고, 전작인 <THE FLAT> 시리즈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자료 검색을 통해 나오는 것일 수도 있고요. 선택된 사물들은 컴퓨터 안에서 가공돼요. 픽셀이 얼마나 크게 보일 것인가, 인쇄된 점들을 표면에 보일 것인가 결정하고, 또 흑백일지 컬러일지 결정하죠. 이런 결정이 단계들을 지나고 나면, 테이블 위에서 모형을 만들어요. 모형은 사진으로 만드는 게 아니고, 드로잉을 한 뒤 오려서 간단히 형태를 만들죠. 완성될 때까지 모형을 한 5~6번은 만드는 듯해요. 그사이에 미묘하게 위치도 형태도 약간씩 변하거든요. 그러면 이제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으로 확대해요. 나무를 사서 C&C 공장으로 보내 재단한 뒤 가져와 표면 등을 다시 조금 가공하고요. 이후에 인쇄 공장으로 들어가 나무 자체에 프린트한 뒤 작업실에 들어오면 코팅하고 이 조각들을 연결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는 거죠.
<NEW STRUCTURE 16>, 2016
카메라와 사진. 애초에 관심을 둔 장르였네요.
그렇죠. 나중에 생각한 건데, 카메라라는 기계에 어떤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미니카에 매력을 느껴  <THE SCULPTURE> 중 ‘SMALL SCULPTURE’를 만든 것처럼, 동작하는 기계에는 아름다움이 있더라고요. 물론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지만, 사진보다는 카메라라는 물건 자체에 관심이 많았어요. 카메라 브랜드별로 기계를 분석하는 것도 좋아했어요. 그리고 저보다 더 심각하게 카메라를 분석하고 비교하는 걸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어요. 예를 들면, 칼자이스 렌즈가 그렇게 좋다던데 정말 좋은가, 니콘 렌즈보다 좋은 것인가 하면서요. 아무래도 그런 실험을 하는 친구의 영향을 받은 것도 있고요.
1998년부터 공식적으로 시작된 사진 조각 작품은 오브제의 이미지를 조각조각 덧대 붙인 패치 형식이자 사진 이미지 조각들의 콜라주로도 불립니다. 조각 작품이 가벼울 수 있고, 평면 이미지를 조각이라는 입체적 표현으로 수용했다는 것에서 작가의 작업에 대한 그 의미가 깊죠. 다른 매체가 아닌, 결정적으로 중요한 도구가 되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택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1998년도에 처음 사진 조각 작품을 선보일 때도 그렇지만, 과거 대학교에 들어갈 때 제 가까이에 있는, 작업의 재료가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카메라였어요. 주로 미대생들이 많이 가지고 있었고, 카메라로 일상 촬영도 하고 작업도 했어요. 무엇보다 조각하는 환경에는 무거운 재료들을 다루는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요소들로 둘러싼 환경이었죠. 무거운 재료를 다루는 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필요해요. 준비하는 시간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요. 그 시간을 줄이고 즉각적으로 조각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학교 다니며 했어요. 사진은 어쨌든 종이의 형태이기에 종이로 조각을, 입체물을 만들어 볼 수 있겠다는 거였죠.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사진 조각 작업이 시작됐어요. 사진은 사실 회화의 가장 과학적인 접근이자 방법이 되기에 회화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었어요. 이런 회화 이미지라는 평면성과 조각의 입체성이 만난다면 어떤 이미지나 모습이 될지 결과가 무척 궁금했어요.
좋아하는 사진작가가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안드레아 거스키ANDREAS GURSKY, 토마스 루프THOMAS RUFF요. 대표적으로 독일 사진작가인 토마스 루프의 <별STERNE> 연작 좋아해요. 제가 알기로는, 그 작가가 역사가 오래된 유럽남부관측소에서 방출된 옛날 별 사진 자료들을 벼룩시장에서 대거 구입했다고 해요. 그 자료들을 인화해서 작가만의 방식으로 만들거든요. 현대미술 작품으로도 쓰이고는 하는데, 정말 근사한 사진 작품들이에요.
<STERNE (STARS) 16H-30M-50°>, 1989
ⒸTHOMASRUFF
작가의 사진 조각 작업에 관해 이야기할 때 빠트릴 수 없는 것은 2001년 <DEODORANT TYPE> 시리즈죠. 그 당시 비교적 어린 나이에 동시대 미술계에 큰 주목을 받은 계기이기도 했어요. 작가 자신의 삶에 있어서 역시 특별한 단상으로 남아 있을 듯한데, 그 당시를 반추해본다면요?
어느 날 한순간에 사진 조각 작품이 나온 게 아니고, 그 작업에 대해 오래전부터 계획해 왔어요. 그러던 중 군에 입대하게 되었죠. 입대 전에 사진 조각 관련해 여러 개 작업을 구상해놓은 게 있었고. 그런데 저는 이미 그 당시에 작가가 됐다고 생각했고, 사실 그건 고등학생 때부터 기정 사실로 되었어요. 제 생각은 온통 현대미술 작가, 조각가 이런 것뿐이었거든요. 다른 것들에 눈을 둘 여지나 여력 따위 없이 오로지 작업에 열중한 시간이었어요. 그즈음이 IMF를 지나던 시기라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무모하기도 했죠. 현대미술 작가로서 조각가로서 이 직업을 선택한다는 사실 자체가요. 그런데 저 스스로 어떤 확신이 강하게 들었어요. 머리로 구상하던 사진 조각을 눈앞에 실현해냈을 때, 그 첫 대면에서 훌륭한 작품이 나왔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어요. 곧 중요한 시리즈가 될 거라는 예상도 들었고요. 환경이 어떻든, 자기 확신이 있었기에 이 시리즈를 밀어붙일 수 있던 게 아닌가 생각해요. 무모했대도 그렇게 자신만만했기에 잘 된 것 같아요.
<DEODORANT TYPE> 시리즈는 모델을 다양한 각도에서 부분별로 촬영한 후 스티로폼으로 깎은 조각 위에 그 사진을 이어 붙인 작업으로, 모델의 대상은 주로 가족, 친구, 동료, 후배 등 작가 주변의 가까운 인물들로 알고 있어요. 모델을 선정하는 데 있어 특별히 작용하는 공통 요소가 있나요?
촬영하는 그 순간은 꽤 숨 막혀요. 대화하며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모델을 세워두고 2~3시간 동안 자세나 형태를 조금씩 바꿔가면서 하기 때문에 정적이죠. 작업하는 사람만 힘든 게 아니라 모델이 되는 사람도 굉장히 힘들어요. 그래서 비교적 저와 친분이 있고 편한 사람들부터 모델이 된 거고요. 작품이 알려지면서 배우, 운동 선수, 모델, 외국 밴드들과 작업했지만 사실 제 마음은 편치만은 않았죠.
가벼움만을 추구하지는 않아요.전통적인 조각의 성질을 응용해어떻게 하면 현대적이고 동시대적인 작품을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거죠.
지난 작업에서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를 만들었어요. 현재 꼭 만들어보고 싶은 대상이 있나요?
해이, 재이 쌍둥이 얼굴이요. 첫째는 만들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정말 만들고 싶은 그 순간은 이미 지나버린 것 같더라고요. 제 작업은 정확하게 대상을 똑같이 담는 것을 목표로 한 작업이 아니기에 한 대상을 만들 때 약간의 변주를 줘서 3~4개씩 만들기도 했어요. 그런데 가족은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닮았네, 안 닮았네 그런 말이 많죠. (웃음)
초기에 작가가 전개하는 사진 조각의 최종 목표는 “어떻게 하면 가벼운 조각을 만들 수 있나”였어요. 대표적으로 그간 선보인 <DEODORANT TYPE>, <THE FLAT>, <THE SCULPTURE>, <NEW STRUCTURE>, <RELIEF>, <FURNITURE> 시리즈까지 작품마다 창작 방식이나 소재는 조금씩 다르지만, 지금도 여전히 사진 조각을 시작한 최종목표는 같은가요?  
그렇지 않아요. 조각은 물리적인 힘이 많이 들기에 조각가들이 주로 모여 살아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경우가 많지 않고, 재료의 무게만 보아도 서로 도와주며 일을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만약 옆집에 사는 B라는 작가가 열흘간 여행을 떠나면 작가 A는 그동안 작업을 진행하기 어려워져요. 조각 작품을 혼자서는 뒤집지 못하니까요. 이게 조각이라는 미술에 있어서 아주 근본적인 문제이기도 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제가 좋은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고 제반 여건이 좋아지면서 직접 작품을 옮기는 일은 없더라고요. 그래서 조각의 전통적인 재료를 쓴 무거운 작품들로 신작을 만들 수 있게 된 거예요. 대표적인 예로 람보르기니 조각이 나왔을 때부터죠. 물론 ‘가벼운 조각’을 만드는 일이 제 작업의 바탕이 되는 하나의 목표이기는 해요.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이유도 그 단어 자체에서 오는 경질의 느낌에 있으니까요. 작품의 무게는 가볍지만, 그 의미는 무거울 수 있잖아요. 하지만 지금으로써는 가벼움만을 추구하진 않는 거죠. 전통적인 조각의 성질을 응용해 어떻게 하면 현대적이고 동시대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