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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e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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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사진’이라는 이미지가 국경과 시대를 초월해 한 사람에게 도착하는 것은 꽤 특별한 일이다. 텍스트와 이미지의 호흡을 만들고, 언어와 관계에 대해 오래 바라보고 탐구하는 정세인 작가가 마주친 수많은 이미지 중에는 그런 사진들이 몇 있다. 여기 다섯 장의 사진은 그의 눈을 통해 마음에 들어와 또 다른 생각과 사고와 작업을 만들어 낸다.

ARTIST : SANE JUNG EDITOR : DANBEE BAE PHOTOGRAPHER : YESEUL JUN
THIS PROJECT <PRINTS> WORKED WITH RAWPRESS
1. <동아일보>, 1993.11.14일자 3면, 황산성 환경처 장관
“동아일보에 실린 사진으로 사진 옆 제목에 ‘장관의 답변 자세’라는 설명이 붙어 있어요. 이때의 나이를 계산해보니 초등학교 2학년 때더라고요. 어린 나이에도 이 사진 속 여성이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좋아하는 사진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에 이 사진이 제일 먼저 떠올랐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을 만큼 다시 봐도 멋있는 사진이에요. 지금도 이 ‘답변 자세’가 통용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요.”
동아일보
2. ‘Blote Billen Haringkar Klanten’ 맨 엉덩이청어 카트 고객, Strand Van Zandvoort, 1975
“2010년에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만나 알게된 작가의 집에서 슬라이드쇼를 본 적 있어요. 그가 벼룩시장에서산 1970~1980년대 통일 전 독일의 일상이 담긴 사진들이었던것도 기억해요. 그때 그가 보여준 사진 중에 이 사진과 비슷한 사진들이 있었고 사진의 배경이 되는 그 당시의 문화에 대한 설명을 들었어요.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친 환경 속에서 사람이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욕구가 생겨났고, 그런 인식 속에서 ‘에덴의 때로 돌아가자’라는 마음으로 모두 발가벗은채 해변에서 휴가를 즐기는 문화가 생겼다고 해요. 그런 기억이있던 차에 2017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파운데이션(Henri Cartier Bresson Foundation)의 갤러리 아트숍에서 엽서형태로 제작된 이 사진을 보고 반가워서 샀어요. 사진을 보면 육체에대한 인식과 시선이 너무도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비유적인 표현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인간의 벌거벗음’과 ‘수치’에 대한 단상들을 떠오르게 하는 이미지예요.”
ⓒEd Van Der Elsken/Nederlands Fotomuseum
3. 전명은, ‘보름달 직전의 달’, 아카이벌피그먼트프린트, 195x130cm, 2018 (안무가 엠마뉴엘 사누와 협업)
“2018년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본 사진작품으로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사진 작업이에요. 작가가 본 무용 공연 ‘이리코로시기(Yirikorosigi)’의 한 장면을 공연 안무가와 협업해 다시 연출해서 찍은 사진 작품이에요. 한 사람이 두 사람을 포개 등에 지고 있는 모습은 인간이 인간에게 전할 수 있는 위로, 연대, 신뢰, 그리고 사랑을 느끼게 해요. 갤러리에서 제공한 작품에 대한 자료 설명을 보면 작가는 이 공연에서 발견한 ‘극복’의 메시지를 사진으로 담아냈다고 하는데, 작가의 의도가 사진 한 장에 잘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작품의 제목도 훌륭하죠. ‘보름달 직전의 달’이 주는 이미지 속에서 무엇이되는 과정이나 움직임, 순간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에요.”
4. HIROSHI SUGIMOTO, ‘Caribbean Sea’, Jamaica, 1980
“사진 속 너머의 수평선을 보면 완전무결한완벽함, 절대성이 느껴져요. 물은 하늘과 강한 명도 대비로 강하면서도 단단한 대지처럼 보이기도 해요. 굉장히 단순한 구조이지만 많은 상상과 생각을 하게 하는 사진 작품이에요.”
ⓒ2014Kamran Shaukat(www.newyorkcity-postcards.com)
5. Midtown Manhattan highlighted by theEmpire State Building
“2019년 뉴욕을 여행하던 중 한 기념품 가게에서 산 뉴욕의 야경 사진 엽서예요. 고층 빌딩과 빌딩을 구성하는유리창이 만들어낸 뉴욕 맨해튼의 풍경을 잘 보여주는 사진이죠. 뉴욕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도시이기도 해요. 언제 가도 항상 볼 수 있는 멋진 전시와 좋은 예술 작품들이 가득하고,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은 도시예요. 특히 2019년에 방문했을 때는 건물 외벽뿐 아니라 실내 공간으로부터 벽이자 동시에 공간과공간을 연결하는 창의 역할을 하는 유리가 인상적으로 다가왔어요. 창, 시선, 공공성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여행 후 창에 관련된 책을 찾아 읽었어요. <창을 순례하다>(도쿄공업대 쓰카모토 요시하루 연구실, 쓰카모토 요시하루, 곤노치에, 노사쿠 후미노리지음, 푸른숲)에서 보면, ‘커다란 창은 거리를 향해 개방된 인상을주는 것과 동시에 창가에 나타나는 사람의 행동을 도시의 공적인 공간 속으로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라는 문장이 있어요.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느끼는 역동성이야말로 이런 창의 요소에서도 나오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