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ME
BISCO SMITH

커스텀멜로우는 패션과 문화의 복합적인 시도를 바탕으로 시공간을 초월한 가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예술가들과 깊이 있는 교류를 시도하며 우리 삶이 더욱 풍성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ARTIST POV : BISCO SMITH
BY CUSTOMELLOW

마이크 대신 붓과 캔버스로 프리스타일을 선보이는 아티스트 비스코 스미스(Bisco Smith)음악과 그래피티에 뿌리를 둔 뉴욕 출신의 현대 예술가 BISCO SMITH의 작업은 힙합 아티스트가 즉흥적으로 프리스타일 가사를 내뱉듯 순간의 에너지를 구현하는 제스처 표시와 추상화된 텍스트가 특징이다. 음악을 뮤즈로 각 캔버스를 자신의 영감을 표현하기 위한 고유한 기회로 삼아 작곡을 시각화하는 그의 창의적인 작업 방식은 음악과 페인트의 교차점에 존재하는 자발성을 구현해 낸다.

우선, 이번 협업을 함께한 비스코 스미스 작가님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과 이렇게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어 기쁩니다. 저는 비스코입니다. 메시지를 쓰고, 사물에 흔적을 남기는 일을 합니다. 저는 아버지이자 남편이며, 아들이자 예술가입니다. 작업을 통해 세계 곳곳을 누벼왔고, 예술이 제 삶을 이끄는 나침반이 되어준 현재의 이 삶에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최근 10년간의 작업을 담은 책 『MOMENTS IN TIME』을 출간하셨어요. 이 여정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공유해 주시겠어요? 혹은 독자들이 특히 주목해 줬으면 하는 요소가 있을까요?

수많은 순간이 있었고, 그 모든 순간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제 작업은 결과물보다는 그 과정과 사람들, 경험에 더 많은 의미가 있어요. 따라서, 『MOMENTS IN TIME』을 통해선 오히려 지난 10년간의 작업을 물리적으로 담은 컬렉션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 책은 수집가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언젠가 드라이브가 손상되고, 벽화가 바래고, 그림이 세상으로 흩어졌을 때 제가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공간, 이 순간들을 보관할 수 있는 아카이브 같은 공간이에요. 20년 넘게 전업 예술가로 살아왔지만, 그중에서도 지난 10년은 오로지 ‘페인팅’에 집중해 왔습니다. 그 시간의 궤적을 이 프로젝트에 새겼으니, 함께 기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현재는 리스본에서 거주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전에는 뉴욕에서 오랜 시간 머무르셨고요. 뉴욕과 리스본, 두 도시에서 살아보신 경험 속에서 문화적으로 인상 깊었던 차이점이나 의외의 공통점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두 도시 모두 각기 다른 이유로 사랑합니다. 제 예술적 자아가 형성된 중요한 시기를 브루클린에서 보냈습니다. 오랫동안 제게 있어 뉴욕은 기준점이자 뮤즈였고, 전부였어요. 리스본으로 이주한 건 코로나의 여파이자 삶을 더 다채롭게 보내기 위한 모험이기도 했습니다. 리스본에서 지금까지의 삶은 모두 멋진 경험으로, 배울 것도 좋은 사람들도 많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도 생겼어요. 유럽은 전반적으로 ‘일보다 삶’에 더 중심을 둔 감수성이 있어서, 그 느긋함에 맞춰 지금의 제 어린 아들과 가족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아요. 뉴욕이 강렬한 에너지를 줬다면, 리스본은 예술과 삶 사이의 균형을 가르쳐준 도시입니다.

‘Lyrical deconstruced expressionism(가사처럼 해체된 표현주의)’라는 작업 방식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이는 프리스타일 랩을 벽에 직접 쓰면서 시작됐습니다. 음악 작업을 하고 뉴욕의 클럽에서 밤새 랩을 하며 공연했던 수년이 있어요. 그러다 한동안 LA에 머물던 어느 날, 스튜디오에서 비트를 켜고 벽에 즉흥적으로 랩을 쓰기 시작했어요. 아마 뉴욕의 에너지가 그리웠던 것 같아요. 그 글쓰기의 속도는 마치 그래피티 태깅할 때와 같았고, 그 순간 쾌감에 사로잡혔습니다. 벽에 글씨를 쓰며 오랜 세월 쌓아온 미학이 이 순간에 한데 어우러지는 듯했어요. 그 이후로 이 방식이 제 작업의 기준이 됐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글자는 단순한 단어의 의미를 넘어 기호와 움직임으로 확장됐고, 때로는 저 자신에게도 낯설 정도로 그 형태가 추상화됐어요. 그 과정 속에서 결과보다 ‘움직임’과 ‘순간’이 더 중요해졌고, 결과가 아닌 ‘감각’이 작업을 이끄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작업의 출발점으로 ‘자기 자신에게 쓰는 메모’를 언급하셨죠. 평소 스스로에게 주로 어떤 말을 건네시는지 혹시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낙서, 가사, 일기, 감사의 말 등 항상 저는 무언가를 써왔어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 그리고 쓰는 것이 결국 현실이 된다고 믿고요. 그래서 제 작업에서는 종종 제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메시지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들어야 할 긍정의 메시지와 다짐을 담으려고 노력합니다. 예컨대, 이번 컬렉션은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포함합니다.“cloud control, clear views(마음속 구름을 다스리면, 맑은 시야가 열린다)”“forever forward(언제나 앞으로 나아가라)”

그렇다면 이번 협업에서 선택된 그래픽은 어떤 이유로 결정되었나요? 그래픽에 대한 간단한 설명도 부탁드립니다.

이번 협업의 핵심 그래픽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As Above So Below(위에서와 같이, 아래에서도)”는 매우 다의적인 개념이며, 개인적으로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라는 명상적 사유입니다. 영적이고 물리적인 것, 균형에 관한 이야기이자 미시와 거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즉 “everything is everything”이라는 철학적 통찰이 담긴 문구예요. 이러한 철학을, 그래픽을 통해 시각적으로 되새기고자 했습니다.모든 작품은 커스텀멜로우가 제 기존 작업을 검토한 뒤 직접 선정했는데, 서로 다른 시기에 만들어진 작업들이 하나의 컬렉션 안에서 조화를 이루며 시너지를 발휘하는 새로운 연결점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Sunshine sirens

holdtheground

ASABOVESOBELOW

blueskies

이 프로젝트가 당신의 기존 작업들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무엇이었을까요?

기존 콜라보 작업시엔 주로 1~2개 제품을 제작했는데, 이번에는 무려 14가지로 구성된 풀 컬렉션이에요. 옷의 질과 프린팅 기술 역시 최고 수준이었고요. 모든 것이 수준 높고 완성도 높은 결과물로 이어졌습니다. 또 한국에서 작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한국과 함께 나눌 이 에너지가 무척이나 기대되네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실험해 보고 싶은 새로운 형식이나 주제가 있다면?

다시 음악을 녹음하고 싶다는 꿈이 있어요. 또한 저는 늘 페인트통을 열고 물감을 부으며 새로운 표현을 탐색하고자 합니다. 최근에는 자연의 질감이나 환경에 특히 관심이 커졌어요. AI로 작업을 만들겠다는 건 아니지만, 그것이 과정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역시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예술과 음악은 제 인생에서 늘 함께해왔고, 이 여정이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지만 분명 앞으로 나아갈 거라는 건 확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