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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ICHI HIRA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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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꿈 꾸는 공생

일본의 현대미술가 유이치 히라코Yuichi Hirako는 자연과 인간의 동등함을 주제로 회화, 조각, 설치미술 등의 작업을 한다. 하이브리드 형상을 가진 존재를 매개로 인간과 자연, 환경과 공존이라는 시대의 주요 문제를 비유와 상징이 가득한 화풍으로 풀어내지만, 그것이 얼핏 그리 심오하지 않은 건, 그야말로 우리 시선과 인식에서 가장 익숙한 자연, 식물, 동물 그리고 인간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회화에서는 특히 강렬하면서도 원화적인 그림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한데 어우러지고, 자연과 인간의 연결은 기묘한 형상을 띠기도 하는데, 그저 한 편의 회화에 머무르지 않고 장면을 상상하게 하는 힘을 지닌다. 그 상상은 곧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인간만이 존재하는 세상이 아니다’라는 우리의 뿌리 깊은 무의식에서 기인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오래전부터 꾼 꿈이자 앞으로도 꿀 꿈은 무엇일까? 유이치 히라코는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인간과 자연의 동등함을 그리고 공생을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말하고 있다.

ARTIST YUICHI HIRAKO EDITOR DANBEE BAE PHOTOGRAPHER CJIN KIM
THIS PROJECT <PRINTS> WORKED WITH RAWPRESS
TABLE #1
오카아마현과 런던
유이치 히라코는 현재 도쿄에서 생활 중이다.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집도 작업을 하는 스튜디오도 모두 도쿄를 기점으로 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자신의 근거지가 되는 두 개의 도시가 있다. 태어나고 자란 오카야마현, 그리고 미술 공부를 하기 위해 떠난 런던. 산과 바다가 인접한 소도시 오카야마현과 대도시 런던은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 도시의 분위기, 사회 문화가 모두 다르지만 그는 두 도시에서 곤충을 보고 식물을 보며, ‘생태’라는 같은 것을 보았다.
작년 여름, 창고형의 널따란 스튜디오이자 작업실을 새로 마련했죠?
네, 도쿄 자택 바로 옆에 있는 도쿄 스튜디오를 두고 새로 마련한 대형 스튜디오는 자택에서 차로 약 3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교외에 있어요. 그곳에서 주로 입체 작품과 큰 사이즈의 그림을 제작하고 있죠. 스튜디오 뒷산에 죽림이 있는데, 봄에는 그곳에서 채취한 죽순을 다 같이 먹기도 하고요.
회화, 조각, 설치 다양한 매체와 형태로 작업을 전개해 오고 있어요. 작품의 규모나 작업의 성격(‘심층생태학’에 기반한 세계관이 투영된 작업)이 스튜디오를 택할 때도 하나의 고려 요소가 되나요?
스튜디오와 같은 작업실이 작품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물론 사실입니다만, 어디서 작업을 하든 흔들리지 않는 정신과 생각을 갖는 것이 그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PRINTS>는 작가의 작업실 공간 속 테이블 앞에 앉아 작가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며 일상과 작업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고 있어요. 먼저, 작가님의 일상에 대해 묻고 싶어요. 작업실에서는 보통 어떤 하루를 보내나요?
우선 하루의 시작과 함께 카페라테를 마시며, 독자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SNS를 살펴보거나 뉴스 사이트 등에서 매일 쏟아지는 새로운 정보들을 확인해요. 작가는 직업적 측면에서 특수한 입장이 있지만, 세상의 한 구성원으로서 그것을 잘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일정한 거리를 두며 나만의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이렇게 세상의 소식과 정보를 체크한 뒤에는 일정을 확인하고 지금 해야 하는 작업을 진행합니다. 가끔은 즉흥적으로 전혀 다른 작품을 시작해 버리기도 하지만요. 현재 8명의 어시스턴트와 함께 작업하는데, 주로 입체 제작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들의 작업을 관리 지원하는 것도 제 작업 일과 중 하나입니다.
얼마 전 서울의 스페이스K에서 <JOURNEY> 전시를 오픈했죠. 전시를 준비하는 기간이나 전시를 앞둔 때에는 특히 분주한 하루를 보낼 것 같아요. 그런 때일수록 하루를 잘 보내기 위한 나만의 루틴이나 습관이 있는지요?
확실히 젊었을 때보다 생활의 리듬이 일정해진 것 같네요. 특히 가족이 생기고 세 자녀가 생긴 이후부터는요. 제 일과를 얘기해 볼까요? 보통 오전 7시 30분쯤 일어나 8시 30분에는 아들(차남)을 유치원에 보내요. 그리고서 9시쯤 스튜디오로 가 작업을 하고 오후 6시에 작업을 마치고 귀가해 가족과 시간을 보냅니다. 그렇게 저녁 시간을 보낸 뒤 다시 저녁 9시 30분쯤에 작업을 시작하고 새벽 2시경에 귀가해 취침합니다.
휴식을 취할 때 특별히 하는 활동이나 취미는 무엇인가요?
기본적으로 주말 낮에는 가족과 외출합니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곳으로 가서 시간을 보내는 것 같네요. 오랜 취미 중 하나는 독서예요. 다만, 현실을 살아가다 보니 사놓고 읽지 못한 책이 100권 정도 있어서 내년에는 다 읽을 만한 시간을 만들어 보고자 해요. 취미 생활을 할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같긴 합니다. 작품 제작이 제 모든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일 수도 있겠고요.
휴식을 취할 때 특별히 하는 활동이나 취미는 무엇인가요?
기본적으로 주말 낮에는 가족과 외출합니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곳으로 가서 시간을 보내는 것 같네요. 오랜 취미 중 하나는 독서예요. 다만, 현실을 살아가다 보니 사놓고 읽지 못한 책이 100권 정도 있어서 내년에는 다 읽을 만한 시간을 만들어 보고자 해요. 취미 생활을 할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같긴 합니다. 작품 제작이 제 모든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일 수도 있겠고요.
평소 즐기는 식음료로 ‘카페라테’를 꼽아 주었어요. 커피를 좋아하나요? 그중 카페라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생각해 보니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것은 스무 살 무렵 런던에서였어요. 그때부터 카페라테를 자주 마시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때는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였는데 따뜻한 카페라테에 마음을 치유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카페라테의 부드러운 느낌이 좋아서 블랙커피보다 더 즐겨 마시게 된 것 같습니다. 특히 우유에 지방 함량이 높아 겨울에 마시는 걸 더 선호하고요.
즐겨 먹는 간식 중 하나는 ‘감자칩’이라고요. 좋아하는 포테이토 칩 과자가 있나요?
사실 저는 매 끼니 같은 음식을 10년 동안 먹어도 괜찮을 만큼 식욕이 강하지 않아요. 딱히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음식이 없달까요. 다만 감자칩에 대해서는 다른 음식이나 간식에 비해 제 나름의 취향과 기준이 있는 듯해요. 맛있지 않으면 실망합니다. 역시 가루비Calbee의 소금맛 감자칩이 가장 맛있는 것 같아요.
일본 오카야마현에서 태어나고 자라 영국 런던에서 미술 공부를 하며 두 도시에서 보고 들은 경험으로부터 가치관, 작업 세계관에 크고 작게 영향을 받았을 텐데요. 한국의 <PRINTS> 독자에게 오카야마현은 어떤 곳인지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일본 혼슈本州 서부, 세토나이카이瀨戶內海에 면한 현으로 지리적으로 도쿄와 규슈를 잇는 중요한 위치에 있어요. 오카야마의 기후는 안정적이고 자연재해가 적습니다. 그래서 오카야마현에서 생활한다면 만족할 수 있는 곳일 수 있겠다고 생각해 봐요. 제게는 무언가 깊이 생각하기에 적합한 곳이었습니다.
산지가 발달한 고향 오카야마현은 작업과 세계관의 기저가 되는 시공간으로 존재할 것 같습니다. 오카야마현에서 보낸 유년기 중 경험한 자연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집에서는 항상 산이 보였습니다. 가끔 그곳을 찾아 산책하기도 했지만, 역시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은 전원과 근처 동네에 있는 잡목림이었어요. 산기슭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동안 자연은 그 자체로 매우 가까운 존재가 됐죠. 동네의 잡목림은 원시림은 아니라서 엄밀히 말하면 '자연'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도심 속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곤충들을 보기도 하고 그야말로 생태로 가득했습니다. 사소하지만 시기에 따라 서식하는 생물이 다르다는 것을 경험하고, 내가 그리고 나아가 인간이 보내는 시간과는 전혀 다른 순환이 있다는 것을 흥미롭게 관찰했죠.
런던에서는 6년 정도 생활했죠. 런던으로부터 받은 낯설지만 인상 깊은 사회 분위기나 문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유럽의 다른 오래된 도시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런던은 사람들이 오랜 세월을 보낸 흔적과 기억이 곳곳에 스며든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선대의 죽음, 내 자신의 죽음, 미래의 누군가의 죽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상하게도 제게 있어 이것은 전혀 부정적인 맥락이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알려준 하나의 상황이자 측면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예술은 특정 시대에 필요한 합리적인 기술과 달리 그 가치가 시대를 초월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 작품이 미래에 남을 수 있는지, 시대를 초월해 필요한 것인지, 이런 점 역시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향 오카야마현과 달리 미술 공부를 하기 위해 택한 도시 런던은 자신의 작업과 세계관에 또 다르게 영향을 준 장소로 알고 있어요.
런던은 제가 처음 살아본 대도시예요. 자연과 식물이 존재하는 방식이 제가 살던 오카야마와는 전혀 달랐죠. 물론 일부 공통적인 부분도 있지만, 식물의 존재 의의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도시에서 공원을 정비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와 노력이 필요해요. 가로수나 관엽식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목적으로 그것들이 존재하는가 하는 의문이 지금의 시리즈를 만들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