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s from a Machinic Perception

기계적 지각의 장면들

장진승

이번 전시에서 제시한 ‘기계적 지각(Machinic Perception)’은 인간의 지각과 어떻게 구별되며, 동시에 어디에서 교차한다고 보시나요?

기계적 지각은 의미를 해석하기보다 신호를 연산하고 분류하며 패턴으로 처리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인간의 지각이 경험과 기억, 정서의 층위 속에서 구성된다면, 기계적 지각은 학습된 규칙과 배열의 논리에 의해 작동합니다. 다만 오늘날 우리의 감각 역시 기술적 조건과 인터페이스 안에서 형성되기에, 두 지각은 분리되기보다 서로 침투하며 교차하는 상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은 인간·사회·기술의 관계를 현상학적 관점에서 탐구해 오셨습니다. 이번 작업에서 ‘지각’은 경험의 결과인가요, 아니면 구조인가요?

저에게 지각은 단순한 결과라기 보다 복합적인 조건이자 구조입니다. 무엇을 보는가 보다, 어떤 구조 속에서 보게 되는가를 먼저 묻는 태도가 제 작업의 출발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업은 지각을 하나의 체험으로 제시하는 동시에, 그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의 작동을 탐구합니다.

작품 속에서 기계적 신호는 고정되지 않은 채 진동한다고 언급하셨습니다. 이 ‘진동’은 데이터의 움직임인가요, 혹은 인간 인식의 불안정성에 대한 은유인가요?

진동은 둘 중 하나를 지칭하기보다는 하나의 상태에 가깝습니다. 데이터는 고정되지 않고 흐르며, 인간의 인식 또한 안정된 기반 위에 놓여 있지 않습니다. 저는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안정한 중간 상태를 가시화하려고 했습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데이터, 시청각 아카이브, 설치 매체가 중첩되며 하나의 장면을 구성합니다. 매체를 선택할 때 가장 우선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개념, 감각, 혹은 시스템인가요?

개념과 감각, 시스템은 분리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매체는 개념을 설명하는 수단이라기 보다, 그 자체로 작동 조건과 구조를 드러내는 장치여야 합니다. 그래서 ‘무엇이 가장 적합한가’ 보다는 ‘무엇이 그 조건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선택합니다.

이번 전시는 패션 브랜드 공간, 즉 상업적이면서도 감각적인 플랫폼에서 전개되었습니다. 화이트 큐브가 아닌 리테일 공간에서의 설치는 작가님의 작업 맥락에 어떤 변화를 주었나요?

화이트 큐브가 작품을 중심에 두는 공간이라면, 리테일 공간은 흐름과 소비의 리듬이 이미 작동하는 장소입니다. 그 안에서 작업은 독립된 객체로 존재하는 동시에, 주변의 다른 감각적 요소들과 중첩되며 새롭게 구성됩니다. 서로 다른 목적과 감각을 지닌 관객들이 지나치며 감각하게 되는 미세한 균열과 진동이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관객은 분절된 장면들을 일정한 거리에서 하나의 감각적 장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작가님이 의도한 ‘적정 거리’는 물리적 거리인가요, 사유의 거리인가요?

작품을 감각하는 경험은 물리적 거리에서 시작되지만, 결국 사유의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정한 간격에서 바라볼 때 분절된 장면들은 하나의 구조로 수렴하고, 그 인식이 전환되는 순간이 제 작업에서 중요한 지점입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이 단 하나의 질문만 가져간다면, 그것은 무엇이길 바라시나요?

우리는 과연 무엇을, 어디까지 스스로 보고 있는지, 그리고 그 감각이 어떤 구조 속에서 형성되는지 질문해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