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THE ROOT CLUB
Collaboration POV
ARTIST POV : STEVE YOU / 유충현 대표
BY CUSTOMELLOW


더 루트클럽은 동양의 오래된 전통문화인 분재를 스트릿 감성과 결합하여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분재가 고리타분한 취미라는 인식을 깨고 대중적인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 만들겠다고 결심하신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인가요?
분재는 결국 ‘몰입’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그루를 오래 바라보고, 계절의 변화를 읽고, 가지 하나를 정리하는 데에도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저는 그 과정 자체가 지금 시대에 굉장히 가치 있는 경험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분재를 하다 보면 단순히 나무를 다루는 걸 넘어서 인간관계나 삶을 대하는 태도에도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억지로 방향을 바꾸려 하면 망가지고, 기다려야 할 타이밍이 있고, 덜어내야 더 좋아지는 순간도 있습니다. 그런 점들이 사람 사는 모습과 굉장히 비슷했습니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분재를 어렵거나 나이 있는 사람들의 취미로 생각하기도 했지만, 저는 그 안에 있는 조형미와 태도를 지금 세대의 문화와 충분히 연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더 루트클럽은 단순히 분재를 판매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자신의 속도와 취향을 깊게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모이는 문화가 되었으면 했습니다.

브랜드를 관통하는 슬로건인 "DIG DEEP, CUT CLEAN, STAY COOL"이라는 문구가 무척 인상적입니다. 분재 크리에이터로서 작업을 하실 때 이 슬로건의 의미를 각각 어떻게 투영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DIG DEEP”은 단순히 깊게 파라는 의미보다, 본질을 끝까지 들여다보자는 뜻에 가깝습니다. 분재 작업도 결국 나무를 이해하는 과정이고, 사람도 자기 취향과 삶의 방향을 깊게 고민해야 결국 자기 색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CUT CLEAN”은 작업 방식에 대한 태도입니다. 가지 하나를 자를 때도 이유 없이 자르지 않습니다. 불필요한 건 과감히 덜어내고, 남길 것은 선명하게 남기는 것. 분재뿐 아니라 공간, 스타일, 브랜드 운영에서도 계속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STAY COOL”은 결국 루트클럽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위기입니다. 억지로 멋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오래 쌓여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태도. 저는 그게 진짜 쿨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님의 작업은 분재를 단순한 전통 예술이 아닌 '자신만의 개성과 공간을 표현하는 매개체'로 접근합니다. 대중들이 분재라는 살아있는 식물을 통해 자신의 페르소나를 공간에 어떻게 투영하기를 바라시나요?
저는 사람들이 분재를 단순히 멋있어 보이는 인테리어 효과 정도로 소비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히려 감정을 함께 나누는 존재가 되었으면 합니다. 기쁠 때는 그 순간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슬픔이나 좌절이 있을 때는 조용히 곁에서 마음을 덜어주는 존재. 실제로 분재를 오래 키우다 보면 나무를 돌보는 시간이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좋은 분재 한 그루는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공간 안에서 함께 시간을 살아가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커스텀멜로우와의 콜라보레이션 아이템을 기획·진행하시면서 , 패션 아이템 속에 더 루트클럽이 가진 고유의 정체성이나 시각적 미학을 심기 위해 특별히 커스텀멜로우 팀과 깊게 논의했던 핵심 포인트는 무엇이었나요?
이번 협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커스텀멜로우 팀이 분재를 단순한 동양적인 이미지나 오브제가 아니라 하나의 아트 장르로 존중해줬다는 점입니다. 특히 워크웨어 기반의 실용성과 디테일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분재 작업은 생각보다 몸을 많이 쓰는 작업이라 실제 움직임이나 사용감이 중요합니다. 그런 부분들을 패션적으로 잘 풀어낸 점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분재 이미지를 단순한 그래픽으로 소비하지 않고, 잎 하나하나의 결이나 흐름까지 자수 디테일로 표현해낸 부분도 굉장히 멋있었습니다. 분재 작가로서도, 또 더 루트클럽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던 작업이었습니다.
이번 콜라보레이션의 핵심인 분재 일러스트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수많은 분재의 수형(나무의 모양)과 수종 중에서, 이번 커스텀멜로우 아이템에 담을 선정하신 특별한 기준이 있으셨나요?
그래픽에 들어갈 작품들은 단순히 형태가 예쁜 나무보다, 당시 더 루트클럽의 분위기와 시간을 가장 잘 담고 있는 작업들로 선택했습니다. 당시 저희가 그래픽 이야기를 나누던 시기에 가장 멋있었던 작품들이기도 합니다. 12월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했던 홍매화, 한창 작업에 몰입하고 있었던 향나무 합식, 그리고 루트클럽의 시그니처처럼 항상 함께 데리고 다니는 해송까지. 각 작품마다 분위기와 에너지가 전부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대표 수종을 고르기보다, 그 시기의 감정과 작업 흐름이 자연스럽게 담긴 나무들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또 너무 전통적인 느낌보다는 선이 살아 있고 움직임이 강한 수형들, 루트클럽 특유의 러프하면서도 긴장감 있는 분위기를 보여줄 수 있는 작업들이 이번 컬렉션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분재는 결국 실루엣 자체가 하나의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멀리서 봐도 흐름과 긴장감이 느껴지는 나무들이 가장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출시된 콜라보레이션 제품들을 보면 원단의 질감이나 실루엣 위에서 분재 일러스트가 아주 매력적으로 살아 숨 쉬는 느낌을 줍니다. 대표님이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원픽' 일러스트 아이템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아이템을 가장 '쿨(Cool)'하게 소화할 수 있는 팁을 주신다면요?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아이템은 가드닝 데님 셋업입니다. 저는 평소에도 데님 셋업을 자주 입고, 바지 롤업하는 스타일도 좋아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분재 작업을 하다 보면 롤업한 팬츠 안으로 흙이나 작은 잎들이 생각보다 굉장히 많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단순히 보기 좋은 옷이 아니라 실제 작업에서도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디테일들을 같이 고민했습니다. 데님 팬츠 하단에 절개 지퍼 디테일과 조임끈을 넣어서 작업 중에도 흙이나 이물질이 쉽게 들어가지 않도록 만들었고, 실제로 저도 작업할 때 자주 입고 있습니다. 분재 작업복이라는 기능성과 커스텀멜로우 특유의 클래식한 무드가 잘 섞인 아이템이라 특히 애착이 갑니다.
"우리만의 방식으로 모든 공간에 뿌리를 내린다(ROOTIN EVERY SPACE OUR WAY)"는 슬로건처럼 , 끊임없이 영역을 넓혀가고 계십니다. 앞으로 더 루트클럽의 분재가 새롭게 뿌리내리고 싶은, 혹은 아직 가보지 못해 탐나는 또 다른 문화 영역이나 공간이 있다면 어디인가요?
돌아보면 정말 다양한 경험들을 했습니다. 패션 브랜드 협업, 인테리어 디스플레이, 각종 행사, 바버 브랜드와 바이크 문화 관련 프로젝트, 요가 클래스 같은 활동까지 대부분 시각적인 경험 중심의 작업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조금 더 긴 시간을 두고 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는 영역들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 흐름 중 하나가 지금 운영하고 있는 클래스이기도 합니다. 클래스에 오는 분들의 직업과 라이프스타일은 정말 다양합니다. 그 안에서 저 역시 새로운 영감을 많이 받고 있고, 분재라는 문화가 생각보다 훨씬 더 넓게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계속 느끼고 있습니다. 또 한 아이의 아빠로서, 이 과정이 사람에게 얼마나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고 삶에도 좋은 영향을 주는지 직접 체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어린 자녀를 둔 가족들이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문화로도 확장해보고 싶고, 동시에 시니어 세대분들에게도 삶의 후반부 시간을 더 가치 있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문화가 되었으면 합니다. 결국 더 루트클럽은 단순히 나무를 만드는 팀이 아니라, 사람들의 시간을 더 깊고 의미 있게 만드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